오르막길

[회고] 약 7년 간 방황했던 과정을 돌아보며.. 본문

학습 준비하기

[회고] 약 7년 간 방황했던 과정을 돌아보며..

nanalyee 2025. 8. 25. 15:59

최근 운 좋게 더 높은 급여에 더 가까운 위치로 이직에 성공했다. 
내가 약 7년 간 방황했던 과정을 높게 평가해 주신 덕에 합격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은 내가 방황했던 만큼 돌고 돌아 이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 속이 후련하면서도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회고를 적게 됐다.
또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는 다른 방랑자?가 읽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었으면 해서 공개적으로 글을 남긴다.

 

1. 학부시절 - 소프트웨어 융합과 (4년)

사실 나는 학교에서 개발관련으로 배운 게 그다지 없다. 과 자체도 기존엔 00과였으나, SW와 융합된 지 얼마 안 된 학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뭐든 겉핥기 식으로만 배웠다. 부족한 개발 개념은 인강과 동아리에서 배웠다.
깔짝 배우다 보니 학부생들도 학습에 대한 열의가 낮았다. 시험 수준도 낮았고 덕분에 학점은 높게 유지할 수 있었다.
교수님들도 항상 하는 말이 "여러가지를 얕게 배우니 관심 있는 건 스스로 찾아 공부해야 한다"였다.
교수님들을 많이 원망했었다. 졸작으로 게임을 준비했지만 학부에서는 어떠한 에셋도 지원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 내 XR관련 과에서 진행하는 콘텐츠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다행히 과 졸작으로 대회에 참가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고, 그 경진대회에서 지원되는 컴퓨터, 에셋으로 졸작을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경진대회는 2등으로 그쳤지만 처음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서 좋았다. 

 

2. 코딩학원 강사 (2개월)

졸업준비생이 되자 나는 &&학원의 보조 교사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다. 학원 원장님은 우리 학교 출신이셨다.
원장님도 학부시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고 했다.
졸업하니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어렵기만 해서 대학원 컴퓨터공학부로 진학해 미친 듯이 공부만 하셨다고 했다.
그러다 개발에 재미가 생기고, 재미있고 쉽게 개발을 배우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학원을 세웠다고 하셨다.
정말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 멋있었다. 정작 나는 뭐가 되고 싶은지도 결정을 못했을 때라서 더 막막했다.
그래도 원장님은 내 현장실습 과정이 만족스러우셨는지 알바 강사로 채용하셨다. 
약 한 달간 블록코딩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꼬맹이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당연하지만 대부분 코딩이 재밌어서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등록한 친구들이었다.
난 코딩이 재밌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뭐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그만둔 게 많았던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만 가득 안은 채로 또 우연히 교육그룹에 채용되었다.

 

3. 교육그룹 입사와 퇴사 (6개월)

새로 입사하게 된 회사에서는 Unity로 실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를 맡았다.
과 동기들끼리 팀 단위로 입사했는데, 관련 개발을 할 줄 아는 사수가 한 명도 없었다.
기획도, 디자인도, 개발도 모두 직접 해야 했다.
여러 팀과 협업하기도 하고, 실제 교육 과정에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적용되는 기회도 얻었다.
정말 괜찮은 환경이었지만 정작 나는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개발을 하고 있었다.
기능 구현에만 쫓겨서 하드 코드가 되어가는 것도 모르고 했다.
그러다가 저장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당연히 우리 중 누구도 서버 개발을 몰랐고 뒤끝이라는 서비스를 사용해서야 저장이 가능했다.
그때 잠깐 서버에 대해 알기 위해 정보를 찾아보기만 했는데도 너무 어려웠다.
나는 개발자라 하기도 부끄러운 실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6개월의 계약직 이후에 정직원으로 전환을 제안 받았는데, 나는 전환을 포기했다. 
그냥 계속 머무르다간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더 엉망이 될 것 같아서 그랬다.

 

4. 메타버스 아카데미 1기 & SSAFY 8기 준비 (5개월)

막상 퇴사를 하니 생각보다 힘들었다. 개발 공부를 하겠다고 나오긴 했는데 어디서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부트캠프가 여기저기 흥행하기 시작할 때였다. 대표적으로 SSAFY, 멋쟁이 사자, 항해 99가 있었다.
그중 SSAFY는 돈도 주고, 기업에서도 알아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SSAFY 준비 오픈 카톡방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했다. 왜냐면 난 코딩에 ㅋ만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급하게 알고리즘 공부도 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익명의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SSAFY에 올인하면 안 됩니다. B플랜도 항상 준비하세요."
그래서 내 전공과 가장 유사한 메타버스 아카데미 1기에 지원을 했다. 
얘도 비슷하게 지원금을 주고, 여러 협력체와 팀협업을 할 기회를 줬다.
너무 운 좋게도 둘 다 합격했다. 내가 간절했던 만큼 붙은 것 같았다.
메타버스 아카데미는 3일쯤 다니다가 퇴소 과정을 거쳐서 SSAFY로 입과했다.
(당시에는 내가 SSAFY 붙어서 나간다니까 그냥 수긍하는 분위기더라..)

 

5. SSAFY 8기 수료 (1년)

사실 SSAFY를 대전에까지 다니면서 너무 힘들었다.
처음 자취도 힘들고, 과정은 너무 빠른 데에다가, 1학기 성적 과락이나 수료 시험 떨어질까 봐도 무서웠고, 페어 프로그래밍도 내가 너무 못하니까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매일 눈물이 났다.
잘하고 싶은데 항상 남들보다 학습이 한참 느렸다. 할 수 있는 건 집에서 울면서 따라잡는 것뿐이었다.
잠도 주말에나 겨우 6~7시간 자고 평일에는 4시간도 못 잔 날이 많았다. (데일리 과제를 못한 적도 많았기 때문..)
당시에는 질문하는 것도 민폐라 생각해서 혼자서 끙끙대느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사람들 덕분에 질문하는 용기가 생겼다. 나중엔 직접 교수님께 질문할 수 있게 되었다.
알고리즘도 느리지만 천천히 성장했다. A형 모의시험도 2번째에 통과할 수 있었다. (이 이상의 실력은 지금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후 관통/팀 프로젝트에서 내 그동안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SSAFY 이전의 나는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그 경험이 프로젝트를 예쁘게 디자인하고 마무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코딩의 ㅋ도 모르는 가짜 개발자라고 생각하며 그런 경험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했는데, 온갖 팀플 상들을 싹쓸이하고 나니 그렇게까지 필요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진로에 대해서도 뜻이 생겼다. 웹개발을 내내 배우고 팀플젝도 웹만 하다가 자율 프로젝트 때 게임을 만들게 됐다.
이것도 또 우연히~ 여러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는데, 덕분에 난 Unity 프로젝트를 할 때가 제일 재밌게 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료하면 꼭 게임회사에 취업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우수 수료상을 받았다. 1학기 성적이 처참했던걸 감안하면 만족스러웠다.
수료하고 1달 정도 취업 계획을 세우며 휴식한 후, 난 또 우연히 모 연구원에 채용됐다.

 

6. 연구원 입사 (2년 2개월)

정말 우연히 Unity 기반의 직무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어서 빠르게 입사하게 됐다. 
사실 Unity로 콘텐츠라던가 게임 만들 생각만 했지 이렇게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주로 대부분의 연구 과제 결과를 Unity를 활용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할을 맡았다.
역시 이번에도 사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과는 꽤 좋았다.
단순한 프로토타입 - 실증 사이트에 멈추지 않고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과정도 겪었다.
상사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팀원들이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과제를 빠르게 파악하는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져 갔다.
단순히 내 책임이 늘어서도 있겠지만, 나는 게임개발을 하고 싶었는데 이곳에서 점점 고착화되는 것 같았다.
블랙기업이라고 소문난 몇몇만 빼고 모든 게임회사라면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5인미만사업장 가리지 않고 묻지 마 지원을 했다. 
약 1년 동안 50개는 훨씬 넘게 지원했고, 2군데는 코테에서 떨어지고, 3군데는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서합 10퍼센트도 안 되는 처참한 상황이었다..
그중 절반은 내 이력서는 열람하지도 않았다. 꽤 절망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야를 지원 안 한 것도 아녔다. 서류탈락과 면접탈락을 반복하며 자존감만 무수히 떨어졌다.

그러다 2년 차가 되어갈 때에는 나도 체념을 했는지 하고 싶은걸 하기 시작했다.
미루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게임 개발도 시작했다. 포폴이든 1인개발이든 뭐든 해내려고 시작했다.
그러다 또 우연히 이직하게 된 회사의 공고를 보게 됐다.

 

7. 면접, 그리고 지금은 퇴사 준비 중 (now)

기업은 정말 작지만, 집과도 가깝고 연봉이 훨씬 높은 회사였다. 업력도 꽤 됐고 내가 하던 분야와 매우 유사했다.
게임업계는 절대 아녔다. 그래서 처음엔 고민했다. 일단 지원해보자 싶어서 서류부터 덜컥 냈다. 
제출하고 며칠 만에 연락이 왔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면접을 보라는 이메일이 그동안의 중소기업들에 비해 꽤나 갖추어져 있어서 보러 가기로 맘먹었다.
면접도 내 서류를 꼼꼼히 읽어주신 게 티가 났다. 적당히 딱딱하면서 적당히 좋은 분위기였다.
점점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이 보였다. 면접 이후에 간단한 면담을 하자고 하셨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원래는 더 많은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었으나, 내 가능성을 보았고, 절차상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가능하면 나를 채용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그동안 바쁘게 꾸려왔던 이력들이 중구난방 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 면접관님들이 볼 때 나의 단점으로 언급하시곤 했다) 내 강점으로 봐주셨다.
내가 게임 개발을 좋아한다고 언급했던 것을 기억하시고 이렇게 나를 설득하셨다.
"여기서 하게 될 일도 게임과 비슷하다고 봐요, 처음 툴을 다뤄보는 사람들도 게임처럼 매뉴얼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합니다."
사실 내가 추구해 왔던 개발 방향과 비슷했다. 항상 그렇게 일하고, 개발해 왔고, 그걸 고민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 부분에서 내가 설득되어서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일주일 정도 후에 최종합격을 받았다. 날 최대한 배려해 주시는 연락과 일정을 잡아주셨다.
이 회사를 다니면 게임 개발과는 먼 삶을 살게 될 것 같아서 두려웠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사는 게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다.
또다시 사수 없이, 더 높은 직급에서, 심지어 더 넓은 분야를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난 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항상 우연히 발견하고 우연한 기회를 얻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8. 앞으로는?

사실 그래서 이번 달 내내 게임개발도 못하고 다른 공부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잠깐 동안은 새로운 회사와 나에 적응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맘먹었다.
너무 계획대로 안된다고 실망하고, 취업/이직에만 목매달고 살았던 것 같아서 아쉬운 게 많다.
사실 돌이켜보면 계획보다는 우연의 연속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데 말이다..! (파워 J는 오늘도 울면서 계획을 수정한다)
곱슬 파마머리를 좋아하는데 단정해 보이지 않아 면접 때 불리할까 봐 거의 매직만 했다. 그래서 저번주에는 머리를 빠글빠글하게 볶았다!
비싸고 시간 없다고 운동을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 이직준비는 덜해도 되고 곧 돈도 버니까~ 오늘은 발레를 등록하러 간다. 

적응하고 내 삶에 루틴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그때 다시 게임 개발도 시작해보려고 한다.
저번처럼 포트폴리오와 기술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진짜 만들고 싶은 "내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 성격에 현직장에 만족하면서 살 것 같지도 않다 보니.. 언젠가 생길 우연한 기회를 위해 느리더라도 성장할 것이다!